프랑스 극우-극좌파의 급성장
-선거와 문화예술계-
지난 4월 21일 치른 프랑스의 1차 대통령 선거결과의 뚜껑이 열리자 온 프랑스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특히 다른 어떤 분야의 사람들보다도 먼저 프랑스의 문학인 화가 영화감독 배우 등 문화-예술인들이 거리에 나섰다. 극우파의 대두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 예술-문화의 상징 격인 퐁피두 센터 앞에서,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공화국 수호를 외쳤다. 부활절 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들이 극우파를 막아야 한다고 거리로 나섰고, 파리의 경우 5월 1일 노동절에는 2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 최대의 인원인 50만 명이 거리에 나와 공화국 수호를 외치며 극우파의 대두를 경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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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치러진 2차 결선투표에서 우파 출신 시라크 후보는 82 퍼센트라는 높은 지지를 얻어 극우파 후보인 국민전선의 르펭(Le Pen)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앞으로 5년 동안 프랑스의 국정을 담당하게 되었다. 시라크가 이번에 얻은 이 득표는 예년에 견주어 볼 때 상상할 수 없는 아주 높은 것이다. 7열전 대통령 선거 때는 시라크가 51 퍼센트, 사회당의 죠스팽이 49퍼센트를 득표했었다. 이번 선거에서 우파 후보인 시라크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좌파 측의 절대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선거 직전까지 현직 대통령인 시라크와 현직 총리인 죠스팽은 정책경쟁은 물론 인신공격까지 해가며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2차에 걸쳐 치러지는데 1차 선거의 결과에 따라 상위의 두 후보만이 이 주일 후에 2차 결선을 치른다. 따라서 프랑스의 경우는 과반수 이상을 얻은 후보가 반드시 나오기 때문에 예전의 우리 나라 대통령 같이 당선이 되고 나서도 30퍼센트 대통령이라는 논란은 피할 수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우파의 시라크 후보가 좌파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된 연유를 살펴보자. 1차 선거에는 우파인 공화국연합(RPR)의 시라크 후보와 좌파인 사회당의 죠스팽 후보 등, 약 17명의 후보가 입후보하여 각축을 벌였다. 언론은 동거정부를 구성하여 줄곧 경쟁을 벌여온 대통령 시라크와 총리 죠스팽 중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될까 에만 관심을 집중시켰었다. 그러나 1차 투표의 결과를 열어본 프랑스 국민은 자신들의 선택에 스스로 경악했다. 우파의 시라크 후보가 1위, 극우파 후보 르펭 후보가 2위, 좌파의 죠스팽 후보가 3위를 하여, 죠스팽은 결선 투표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시라크와 르펭이 2차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사회당은 34년만에 처음으로 결선 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하게 된 사실에 절망하였지만 자신만의 편협한 울타리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자유-평등-박애를 모토로 하는 공화국 전통이 위협받고 있음에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뭉쳐야 했다. 녹색당 후보는 1차 투표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시라크 후보 지지를 호소하였고, 좌파 계열의 시민운동당(MDC)의 슈벤느망 후보도 시라크 후보에게 투표를 하자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사회당의 주요 지도자들 역시 우파인 시라크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어 공화국을 수호해야 한다고 적극 나섰다.
극우파 후보가 이처럼 득세하고 사회당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탈락한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주도 아래 전세계적으로 불고있는 무한경쟁의 자유시장경제 상황속에서 농업국인 프랑스의 농민과 무한경쟁 앞에 문을 닫아가고 있는 공장의 노동자들이 두려워하여 극단적인 주장을 표를 찍은 것이다. 극우파는 실업의 원인을 늘어가는 외국인 노동자에게서 찾고 외국인을 축출하여 프랑스인들끼리 잘 살아보자고 주장하였고 이제 막 시작한 유럽연합도 프랑스의 정체성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대하였다. 극좌의 노동자투쟁당(Lutte Ouvrière)은 죠스팽의 사회당이 노동자와 서민을 보호하고 사회복지정책을 확대하기는커녕 미국 주도의 자유시장체제를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하였고, 공산당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이익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사회당 정권에 참여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이 주장은 노동자나 빈민층에 먹혀들어 인기를 끌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우파나 패배한 좌파는 쉴 여유가 없다. 사회당은 이번 대선 에서 2차 결선에 후보도 내지 못한 치욕을 분석하여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음을 찾아냈다. 즉 대선 의 투표 결과를 분석할 때 좌파성향의 투표자수는 예년과 차이가 없고 극좌 성향의 표가 증가했을 뿐임을 발견하고, 그 동안 영국의 제3의 길과 유사한 자유시장경제 성향으로 기울었던 사회당의 노선을 바꿔 다시 사회당 본연의 길로 돌아가서 극좌로 몰렸던 표를 6월 9일 국회위원 선거에서는 사회당의 표로 만들겠다고 선거전략을 짰다. 지난 국회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사회당이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다시 우위를 유지한다면 좌파가 다시 총리와 내각을 담당하는 동거정부를 구성할 것이다.
좌파의 도움으로 80 퍼센트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시라 크는 지난 임기 동안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동거정부였기 때문에 자신의 강력하고 독자적인 우파 성향의 정책을 수행할 수 없었으니 이번만큼은 효율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우파가 지배하는 국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를 하고 있다.
우리도 12월에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첫 번째의 민간 정부라 할 수 있는 김영삼 정부의 공과는 IMF위기라는 철퇴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마저 박탈당한 느낌이고, 두번째인 김대중 정부는 노벨상을 받은 정부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스캔들로 기대에 도달하기 어려울 듯 싶다. 세 번째 민간 정부를 이끌 연말의 대통령선거를 기대 속에 바라보면서 프랑스의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지켜본다.(2002년 여름, 라쁠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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