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포트/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컴퓨터과학은 성(性)을 갖고 있는가?

빠리 정병주 2007. 7. 7. 07:10
 

     컴퓨터과학은 성(性)을 갖고 있는가?(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


        1980년대 초, 많은 여학생들이 컴퓨터과학에 뛰어 들었을 때, 컴퓨터가 성차별주의적 장애요소를 벗어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직업은 다시 매우 남성화되어가고 있다. 여성-자연, 남자-기술이라는 오래된 구분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에 저항하는 듯하였다. 컴퓨터과학에 대한 여학생들의 흥미상실에 대하여 조사 할 때, 이러한 편차의 메커니즘은 진부한 선입견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남녀차이의 메카니즘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된다.

                                        

                 *이자벨 콜레 : 컴퓨터전문가이며 교육학 연구원, 파리 10대학(낭테르), 국립 텔레코뮤니케이션연구소(INT, 에브리), <컴퓨터과학은 성을 갖고 있는가? 해커, 신화와 현실>, 라마르탕 출판사, 2006.


        컴퓨터과학은 남성적 직업인가? 이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은 말레이지아에서 웃음을 나오게 한다. 수도 쿠알라 룸푸르의 컴퓨터과학 및 정보기술 대학의 학장과 모든 학과장들은 여성이다. 페낭의 컴퓨터학과 학생의 65%가 여성이고, 이곳 역시 여성 학장에 의하여 지도되며, 10명중 1명의 교수가 여성이다. 학과장인 마즈릴자 오트만 여교수는 컴퓨터과학을 남성학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결코 없다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주1).<그렇지 않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엔지니어링은 남성적이고, 혹은 지질학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것입니다. 그러나 컴퓨터과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컴퓨터과학 속에서 남성적인 것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내세운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즉 컴퓨터과학은 많은 육체적인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특한 작업이고, 이 활동은 3차산업 분야에서 행해지며, 자기 집에서 작업하는 것을 가능하게 까지 한다.

        그러나 말레이지아를 벗어나면 컴퓨터과학은 매우 남성화된 영역이다. 프랑스에서, 컴퓨터과학은 여학생 비율이 매우 급격히 하락한 유일한 과학 영역이다. 엔지니어들의 전공에 따른 엔지니어 학교의 여성화를 고찰해 볼 때, 컴퓨터과학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몫이 증가하고 있음이 실제로 증명된다. 컴퓨터과학의 경우, 1983년에 20%로 정점에 이른 후, 20년 후 그 비율은 초기 수준으로 추락하였다. (2000년에는 11%를, 1970년에는 9%를 기록하였다). 1983년에 컴퓨터과학은 엔지니어 학교에서 농업-식품과 함께 가장 여성화된 부문이었다(전국 평균 보다 6포인트가 높았다), 2000년에, 컴퓨터과학은 전통적으로 가장 남성적인 두 영역인 기계공학과 방위 산업의 수준에 이르렀다(전국 평균보다 13포인트가 낮았다.)

        이러한 상황은 프랑스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다. 독일, 영국, 미국도 동일한 수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컴퓨터과학을 선택한 여학생의 총수는 그동안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교육과정들이 개설됨에 따라, 이 과정에 대량으로 몰려든 것은 바로 남학생들이다. 여학생들이 왜 컴퓨터과학을 좋아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왜 1980년대 초 컴퓨터 정복에 대한 열기가 특별히 남학생들을 사로잡았는가 하는 문제를 깊이 있게 제기해야 한다.


      남성적 열정


        1970년대에, 컴퓨터는 무엇보다도 산업 보다는 전통적으로 여성화된 3차산업과 더욱 연관된 정보관리에 기여하는 기계로써 인식되었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컴퓨터과학은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적합한 직업들의 일부로 생각되었다. 1980년대 초, 마이크로컴퓨터가 남자 청소년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신기술제품을 구입할 땐 언제나 첫번째 제품들이었다(주3). 따라서 그들은 가정용 컴퓨터의 일차적인, 혹은 독점적인 사용자가 되었다. 마이크로컴퓨터를 중심으로, 프로그래밍, 비디오 게임에 몰두하는 청소년기술애호협회와 컴퓨터클럽, 친구모임이 만들어졌는데, 그들의 나이에는 정체성 확립을 위해 자기들 끼리 있고 싶어하고 여학생 집단과 대립하게 된다. 10년 후, 그들은 주문과 같은 매스컴의 주장과 부모들의 반복된 주장에 이끌려 고등교육을 시작한다. <우리 아버지는 언제나 우리들에 대하여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 걱정은 언젠가 우리는 실업상태에 놓인다는 거지요>라고 한 여성 컴퓨터전문가는 우리에게 말했다. <훌륭한 직업, 높은 급여와 실업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에겐, 정보과학이 최고였어요.>

        한 세대가 지나갔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과학에 의하여 기술이 발전하고 일상사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과학은 여전히 과학전공 여학생들에게 마이크로컴퓨터와 프로그래머의 신화적 이미지로 인식된다. 실제로, 그들 중 80%가 컴퓨터전문가는 인간 보다는 기계를 더 편안해 하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고, 외모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남자들로 상상한다. 그들은 반복되는 것, 주로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 갇혀 있으리라.

        현실과의 이러한 괴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모든 젊은이들이 합성 이미지를 보고, 전자음악을 듣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전자 메일을 보내고, 상품을 주문하고, 음악이나 비디오를 내려받기 위해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이용한다. 어떻게 대량 보급된 이 새로운 사용법들이 여러 직업의 이미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컴퓨터관련 직업이 이러한 사용법의 절정에 위치해 있지 않을까? 사용법이나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관련 직업은 불변하는 것일까? 컴퓨터관련 직업의 30% 미만이 프로그래밍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래머가 진짜 컴퓨터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컴퓨터전문가는 존재한다. 즉 그들은 용어의 일차적 의미(<매니아 조립기술자>)에서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전문가인 해커들이다. 해커들은 어쨌든 컴퓨터의 안전을 침범할 수 있는 실제적인 또는 가상의 능력으로 인하여 칭송과 찬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당연히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소수자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해커들이 컴퓨터전문가의 원형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기업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커는 기술적으로 우수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기업에서는 통제가 불가능하고, 팀으로 일할 수 없으며, 생산성이란 선결요건에 둔감한 사람으로 흔히 인식된다.

        이 소수의 인물(그에 대한 때로는 테러리스트적이고, 때로는 숲 속의 로빈훗과 같은 애매모호한 이미지가 관심을 끌고, 매혹시키고 거부감을 준다)이 이 직업의 이상적 타입이 되었다. 이 소수들이 과학전공 학생과 컴퓨터전문가에게만 준거(準據)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프로그래머일 경우에만 감히 그 타이틀을 붙인다. 이미지가 자신들과 유사하지 않은 직업에서  여성들은 정당성을 느끼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 여성들은 <나는 컴퓨터전문가입니다>보다는 흔히, <나는 컴퓨터를 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모든 일급 프로그래머는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1842년, 첫번째 기계적 컴퓨터인 챨스 바베지(역주: 1792-1871, 영국의 수학자. 계산기에 관한 연구의 선구자로서, 수의 계산과 오차에서, 기계에 의한 계산과 수치표의 작성을 생각하게 되어 계산기의 이론을 연구하였으나, 계산기를 완성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의 계차(階差)계산기(la machine a differences)에 대한 수학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 베르누이(역주:1654-1705, 스위스의 수학자로 해석학을 전개하여 등하강곡선(等下降曲線)을 발견하였다. 그 외 급수에 관한 업적과 베르누이의 정리가 포함된 확률론에 대한 공헌, 진자(振子)의 진동중심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의 수열(數列)의 숫자들을 연산할 수 있는 지시사항들을 열거하는 연산(알고리듬)이 나타난다. 특히, 첫번째 프로그램은 반복실행 명령(une boucle), 즉 산출 조건을 증명할 때 까지 명령을 반복해야 하는 일련의 명령을 사용하였다. 이 논문은 당시의 여성들에게는 관습이었기 때문에 A.A.L라는 약자로 저자가 발표되었다. 이 여성 논문작성자는 Ada Lovelace이었는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 경의 딸이었다. 그 후, 미군은 Lady Ada라는 이름을 프로그램 언어로 명명하였다.

        1944년, 전기 컴퓨터가 만들어졌다. 하워드 에이켄은 3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의 책임자였다. IBM에서 대용량 디지털 컴퓨터의 제1세대인 Mark I 을 연구하는 팀원 중의 여성인 그레이스 호퍼 덕분에 컴파일링(역주: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기계어로 번역하는 과정) 방식이 개발되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수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들기 위해서, 상업 부문과 비과학 영역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유일한 방법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변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았다. 프로그램을 영어로 쓸 수 있다는 그녀의 신념은 동료들을 웃게 만들었다. 상업적인 대량 보급은 당시에 IBM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IBM은 과학자들만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1952년, 초기 컴파일레이터를 쓰는 그레이스 호퍼 덕분에 이 랭귀지의 보급과 대량 사용이 가능하였으며, 소수의 첨단 과학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프로그래밍의 문이 열렸다.

        당시, 소프트웨어는 아무 가치가 없었으며, 권위는 무엇보다도 기계 설계자에게 돌려졌다. 그것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한 순간에 수학자들이 필요한 것일까? 컴퓨터과학계는 다른 과학 분야보다 더욱 여학생들에게서 긍정적인 자기 동일성의 모델을 박탈하면서 여성의 준(準)부재를 경험한다. 지식의 사회적-성차별적 분할에 의하여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서 부터 영화에 이르기 까지, 만화와 일상의 여러 표현물 속에서 남성에게 과학과 기술을 부과한다. 미래의 진로를 계획한다는 것은 가능하고 바람직한 자기의 미래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다(주5). 보통사람은 어떤 직업에 대하여 친화성도 갖고 있지 않거나, 자신과 유사하지 않은 사람들만이 담당하고 있는 직업에 자신을 투신하지 않는다. 여학생들이 남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많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은 컴퓨터를 마스터하려 하지 않는 듯하다.

        과학을 전공하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에 대하여 이전에 인용한 조사 당시에, 여학생들의 3분의 2(남학생은 40%)는 정보기술 및 커뮤니케이션 직업(TIC)이 그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지의 유무를 알 수 없다고 응답하였다(주6). 여학생들은 남여성 컴퓨터전문가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시, 컴퓨터전문가라는 직업을 설명하기 위하여, 많은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스테레오 타입(상투적인 유형)을 이야기하는 것 이외에는 알고있는 것이 없었다. 한 여학생은, <저는 회로기판, 램 그리고 네트워크에 대하여 하루 종일 이야기하는 나 자신을 상상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고, 또 다른 여학생은, <나는 기계에만 매달리며 하루 종일을 보내길 원치 않아요, 저는 자녀를 돌보며 사람들과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라고 말했으며, 많은 여학생들이, 정확하게 이유를 말하지 않고 단순히 <기존 관념> 때문에, <저는 그것에 관심 없어요.> 라고 더욱 간단하게 말했다.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기


        반대로, 여성 컴퓨터학위 취득자들은 직업세계 현실과의 조화로운 타협을 위해 이 직업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즉, 그녀들은 이 직업의 놀라운 다양성, 그리고 다양한 직업영역 내에서의 이 직업의 연관성과, 언제나 새로운 사실들을 배울 수 있는 가능성, 지적 도전, 관계성의 중요성, 그리고 팀 작업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당연히, 여성 컴퓨터전문가들은 그들의 경력 가운데서, 무능력에 대한 의혹, 여타 남성 동료들에 비해 설명할 수 없는 느린 급여 상승, 고용인들이 임신 시기를 두려워하는 시기인 30세 전후의 경력의 중단 등등의 장애요소들에 봉착한다. 이 장애요소들 때문에 실업을 거의 모르고, 성에 따라서 취업 시의 급여가 거의 다르지 않은 이 영역에서, 많은 여성 컴퓨터전문가들이 직업적-개인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발견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직업에 우호적인 여성 컴퓨터전문가들의 주장과, 컴퓨터전문 직업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스스로 선언한 남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많은 <나쁜 이유들>을 비교해 볼 때, 이 경향들을 뒤집어엎는 것은 아주 간단해 보인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컴퓨터과학은 아마도 세계를 향해 열려있고, 완전히 예측가능하고, 영원히 변화하는, 지적이고 인간적인 도전으로 가득찬 직업(주7)이라고 더 많은 젊은 여학생들이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하기위해, 컴퓨터관련 직업의 현실을 알리고, 컴퓨터전문가-해커라는 스테레오타입을 깨뜨리는 것(이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으로 <충분하다>(주7). 말레이지아 여교수들이 언급했듯이, 언젠가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남성적인 것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주1) 비비안 라게센과 우프 멜스트롬, <왜 말레이지아의 컴퓨터과학은 여성을 위한 진정한 성적 선택인가? 횡적-문화적 관점에서의 성과 테크놀로지>, symposium gender & ICT Strategies of inclusion, Policy research enter on Equal Opportunities, Bruxelles, 2004.

주2) 1972년부터 1995년 기간의 프랑스의 국립 엔지니어와 과학자 위원회(CNISF)의 <Bulletins ID>를 참조하시오. 200년: Catherine Marry 의 계산 in <존경할 만한 혁명, 여성 엔지니어들?>, Berlin, 2004.

주3)도미니크 파스키에와 죠지안 쥬에ㅡ <젊은이와 모니터 문화(비교유럽 앙케이트의 프랑스 편)>, Reseaux, no 17(92-93), 1999

주4) 해커하다는 영어로 <자르다, 손상시키다>를 의미한다. 여기서 이 용어는 컴퓨터에 대한 열정적 지식이란 영어의 본래적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 <정보 해적>이란 타락된 최근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

주5) 상드린 마로와 프랑스와즈 부이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 남학생의 자기표현, 과학자 타입 표현 그리고 과학적 진로선택>, 학교 및 직업 진로, vol. 20, no. 3, Paris.

주6) 응답한 학생은 37퍼센트였으며, 이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남학생의 대부분은  TIC 직업에 관심이 없었고, 21 퍼센트의 남학생이 관심을 표시하였다(9퍼센트의 여학생이 관심이 있었으며, 11퍼센트는 관심이 없었다.)

주7) 유럽 ADA 프로젝트(브뤼셀)는 10년 전부터 이 일에 전념하고 있다.

http://www.ada-onlin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