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불과 얼마 전까지도 PD란 말은 지상파 방송가에서만 거의 독점적으로 쓰이던, 정체가 모호한 단어였다. Producer와 Director를 합친, 말 그대로 프로듀싱과 디렉팅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 즉 PD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업무까지 맡으면서 동시에 연출자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PD란 용어는 문화콘텐츠의 생산자입장에서도 그만큼 전문영역으로 분화되지 못했던 시절을 반증한다. | ||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콘텐츠산업의 전반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획자와 작가, 제작을 진행하는 프로듀서, 그리고 연출을 전담하는 디렉터로 점점 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각 분야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임을 뜻하는 동시에 각 분야가 발휘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따로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 ||
그렇다면 기획자, 프로듀서, 연출자. 이 세 가지 분야 중 최상층은 어디일까? 물론 여기서 서열을 따지는 것 자체가 어리석고 의미없는 짓임은 틀림이 없지만 그 프로세스 상 최선(最先)의 위치에 있는 존재가 기획자임을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기획자가 프로듀싱을 할 수도 있고 연출을 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기획인 것이다. | ||
기획이란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기획이란 "인간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 중 하나를 골라 잡아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뜻한다. 그리고 이 작업이 비즈니스분야에서 이루어지면 사업기획이 되는 것이고 문화분야에서 이루어지면 문화기획이 되는 것이다. | ||
어떠한 기획을 하던 간에 기획이라는 작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기획이란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 때문에 창조력이 필요하고 창조에 따른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이 창조한 기획에 대한 보편성이 획득되어야 한다. 즉, 누구나 "아! 그거 사업되겠는데!!" "우와 그거 재밌겠는데!! 하고 느낄만한 보편적인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셋째, 보편적 동의의 바탕 위에 나만의 독창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라고 느낄만한 나만의 아이디어가 번뜩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획은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모름지기 세상의 모든 기획은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나만의 감(感)과 트렌드를 읽는 능력, 그리고 이 기획이 반드시 물건이 될 거라는 자기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
위의 마지막 항목에서 비즈니스기획과 문화기획은 그 맥을 같이 하면서도 달라진다. 우선 문화기획은 정량적으로 분석해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난타>가, <괴물>이, <대장금>이 잘 될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량적으로 분석해낼 수 있겠는가? 이러한 대작들의 밑바탕에는 문화콘텐츠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안감을 버티고 이겨낸 기획자의 자기확신이 깔려있다. "이건 반드시 된다" 이게 안 되면 뭐가 되겠어?" 라는 일면 건방질지도 모를 견고한 자기 확신이 문화콘텐츠 탄생에 일조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머릿속에서 비롯된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만들고, 작가와 감독을 선정하고, 돈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문화산업의 바탕에는 바로 이런 과정이 필수적이다. | ||
고통스런 창조의 과정을 거쳐 보편성과 독창성을 획득한 좋은 기획은 기획자의 자기 확신과 함께 태어나고 자라서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 좋은 기획은 CT시대를 이끌어 갈 불씨가 될 것이며 그 불씨가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어, 공연이 되고 예술이 되어, 그리고 거대한 문화가 되어 공간과 시간을 누빌 것이다. | ||
그대 CT인들이여!! 끊임없이 문화를 기획하고 기획하라. 젊은이들의 기획욕구야말로 참으로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일지니... | ||
![]() | ||
경력 | |
전 MBC프로덕션 프로듀서 <아름다운 TV얼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김약국의 딸들> 연출 현 유진그룹 산하 EM미디어 콘텐츠사업부장 |
'프랑스 관련기사 > 생각-퍼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글>백건우에게 들었다, 피아니스트란? (0) | 2010.11.03 |
---|---|
<펌글>'농부'란 용어를 버려라 (0) | 2010.03.26 |
<펌글> 운하를 말하다-유럽의 운하 (0) | 2008.03.08 |
<펌글> 이들을 개그맨 후보로 추천합니다-장관청문회 (0) | 2008.03.01 |
<펌글>카페, 은밀한 욕망이 세상 밖으로 (0) | 2008.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