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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벼룩시장과 비드 그르니에

빠리 정병주 2007. 6. 23. 07:27
 

프랑스의 벼룩시장과 비드 그르니에(이글은 2007.6.21 대구 엠비시 라디오, 주상철 이지아의 특급작전의 월드리포터로 인터뷰 한 것이다)

 

 

 -프랑스의 벼룩시장이 유명하다던데 얘기 좀 해주시겠어요?

예, 벼룩시장을 불어로는 <마르셰 오 퓌스>라고 합니다. 벼룩을 불어로 Puces라고 합니다. 벼룩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벼룩이 나올 정도로 오래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파는 시장이란 뜻이죠. 즉, 새물건이 아니라 헌물건, 중고물건을 파는 시장이란 뜻입니다.


-그럼 프랑스에는 벼룩시장이 많은가요?

파리에만 세 군데의 상설벼룩시장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벼룩시장을 클리냥쿠르 벼룩시장이라고 부르는데, 파리 북쪽에 있으며 워낙 커서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의 규모랍니다. 두 번째 벼룩시장은 파리 동쪽의 몽트레이 시장인데, 이곳은 중고물건들도 팔지만 점차, 서민들이 일상용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파리 남쪽에 있는 방브 벼룩시장인데, 개인적으로 제가 LP판을 구하기 위해 즐겨찾는 곳이죠. 규모는 작지만 전통적인 벼룩시장의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들려보면 참 좋은 곳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시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 종일 개장을 하는 반면, 이 세번째의 방브 벼룩시장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중에만 개장을 하고 있습니다.

 


-벼룩시장에서는 어떤 것을 팔고 있나요?

한마디로 말해 종류의 제한 없이 모든 것을 팔고 있습니다. 헌것, 중고로부터 시작해서 가끔은 신제품까지 모두 팔고 있죠. 몇 십년, 몇 백년 전의 물건에서 최신제품까지 모두 구입할 수 있고, 신제품의 경우 일반시장가격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잘못하면 더 비싸게  살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완제품을 팔기도 하고, 부속품만을 팔기도 하며, 부품이나 부속을 구하기 위해 짝이 안 맞는 것을 싸게 구입할 수도 있지요.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는 전자제품이나 기계의 부속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만의 컬렉션을 위해서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벼룩시장을 찾곤 한답니다. 일반 상품도 있지만, 주로 집안을 장식하기 위해 오래된 가구 장만을 위해서 많이 가는 편이지만 옷, 액세사리, 구두, 핸드백 등도 있죠. 그림, 고서 등 문화재급에 속하는 것을 싸게 구입할 수도 있지만, 교묘하게 복사한 것이나, 새로 만들어서 오래된 것처럼 처리를 한 모조품도 많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합니다.


-벼룩시장은 일반 상점에 비하여 가격이 많이 저렴한가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경우는 정확한 가격을 파악하고 있어야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간혹 시중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팔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벼룩시장에 가는 사람은 요즘 물건이 아니라 오래된 물건이나 요즘 생산되고 있지 않은 물건을 구하러 가는 것이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들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들은 가격이 상당히 비싼편입니다. 벼룩시장의 상인들도 워낙 노련해서 가격을 네고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상설 벼룩시장 외에 임시 벼룩시장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앞에서 말씀드린 세 곳 외에도, 일반 동네에서 장소와 날짜를 정하여 열리는 <비드-그르니에>라는 것도 있는데요. 우리말로는 <창고비우기, 곳간비우기>란 뜻이죠. 집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곳간이나 창고에 쳐 박혀 있던 물건들을 싸게 처분하거나 서로 교환하는 것인데, 그 지역에 살고 있지 않는 사람이나 상인들은 보통 참가비를 내야 합니다. 물건도 팔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집 앞의 도로나 광장에 모여 물건을 사고팔거나 교환하면서, 이웃가네 수다의 꽃도 피우고 하루 종일 친목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보통 어른들은 집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갖고 나오지만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어릴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책, CD, DVD 등을 판매하고 교환합니다. 어떤 동네에선 동네 아이들끼리 모여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주기도 한답니다. 아주 재미있죠.


-남이 쓰던 물건이라고 싫어하지는 않나요?

특별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건의 가격이 저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굳이 새것을 고집하지 않으며,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프랑스 사람들은 자원을 100퍼센트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창고비우기>행사도 있다면서요?

보통 동네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이런 창고비우기 행사를 하는데, 각 지역별로 행사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는 월간 잡지도 몇 권 있답니다. 특히 9월 첫번째 주말에 프랑스 북부지역인 릴이라는 도시에서는 도시 전역에서 이런 행사를 합니다. 이때는 파리-릴 시를 운행하는 특별열차가 있을 정도랍니다. 통계를 보면 프랑스 사람들의 약 30퍼센트 정도가 벼룩시장이나  각 마을의 창고비우기 행사를 찾아다니며 주말을 즐긴다고 합니다. 옆 나라인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시에서는 대형 운동장에서 24시간 동안, 즉 밤새워 창고비우기와 골동품 판매 행사를 할 정도로 온 유럽 사람들이 벼룩시장이나 창고비우기 행사를 좋아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