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잘 못하는 편이지만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좋아합니다. 술은 평상시에 긴장하고 위장하고 있던 개인을 편안하게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면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도 말을 하게 되고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또 말을 하게 되지요. 말을 주고받다 보면 토론으로 이어지고, 토론 참여자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평상시에 품고있던 말을 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말까지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말의, 토론의 놀라운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의 창조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술, 술자리가 이 토론의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술,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프랑스에 와살면서 발견한 것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정말 말을 잘 하는 것을 발견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침묵은 금이다>라고 배웠는데, 이곳에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 <침묵은 생각없음>으로 통합니다. 생각이 없기 때문에,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말이 없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말을 안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물론 말을 하되 잘 해야겠지요. 말을 잘 한다는 것은 화려한 언변을 말하는 것이 아니죠. 외국인이 화려한 언변을 구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잘을 잘 한다는 것은 앞뒤가 논리적으로 맞게 말하는 것이죠. 앞에서 한 말과 나중에 한 말이 서로 연결이 잘 된다는 말이죠. 이곳에서는 앞 뒤의 말이 조리가 없는 말을 하면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병자 취급을 받지요. 예를 들어, 정치가들이 정당이나 진영을 바꿀 때는 반드시 왜 바꾸는지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우파인 사르꼬지 정부의 외무부장관으로 사회당 출신의 거물인 베르나르 꾸쉬네르가 들어가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기자회견으로 밝히더라구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소개하겠습니다).
포도주를 모르면서, 포도주 공부를 하지 않고도 포도주를 좋아할 수 있을까요? 그림을 모르면서, 그림공부를 하지 않고도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미술전시회를 갈 수도 있지요. 음악을 모르면서, 음악 공부를 하지 않고도 음악을 듣고 콘서트에도 갈 수 있지요. 보통사람들은 미각이나 후각을 공부하지 않고 직감적으로 심리적으로 느끼면서 포도주를 마실 수도 있지요. 술을 마신다는 것은 주관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자신의 느낌의 본질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포도주 마시기를 객관화해보려고 합니다. 포도주 공부는 포도주 시음하기에 대한 공부입니다. 이 공부가 자신의 포도주 시음하기를 객관화하고, 분석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을 객관적으로 설명해보려는 것이 이 포도주 공부하기의 목표입니다. 이 공부는 시각, 후각, 미각에 대한 공부가 되겠지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프랑스의 유명한 포도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보겠습니다: <포도주 시음을 위해서는 포도주를 사랑해야 합니다. 포도주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포도주 시음을 배워야 합니다>. 이 말을 인용하고 보니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란 책이 생각납니다. 사랑은 기술일까요 예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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