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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 바칼로레아 시험보다

빠리 정병주 2008. 6. 17. 03:57

한국식으로 하면 고3인 예슬이가 오늘 16일부터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을 시작합니다. 한국의 수능고사에 해당하지요. 바칼로레아에 합격하면 자기 고등학교가 속한 학군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해당학군에 원하는 전공대학이 없으면 다른 학군의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답니다. 마스터(대학원)부터는 학군이 없이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답니다.

사실 바칼로레아 시험은 2학년(프르미에) 부터 보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는 3학년 때 한꺼번에 치루지만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2년에 걸쳐 치루어진답니다. 2학년 때 공통과목인 프랑스어 시험과  선택과목인 예슬이는 생물과 지구과학을 보았고, 3학년(떼르미날)인 올해는 공통과목으로 철학, 전공과목으로 수학과 사회-경제, 제1외국어로 영어,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 역사-지리을 본답니다.

우리와 약간 다른 것이 있는데 시험시간이 무척 길더군요. 철학은 4시간, 수학 3시간, 사회-경제 4시간, 영어 3시간, 스페인어 40분(회화), 역사-지리 4시간을 봅니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시험제도입니다. 예전에는 합격율이 낮았으나 최근에는 85퍼센트 정도가 합격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엘리트 양성학교인 그랑제꼴의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학교인 프레빠 학교에서는 학생을 선발할 때 바칼로레아 시험 점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험의 합격 여부만을 고려한답니다. 고급 정치인과 공무원을 양성하는 학교인 국립행정학교(ENA) 입학의 관문인 5년제 파리 시앙스포 학교(Science Po, 국립파리정치학교)는 바칼로레아 성적 우수생을 입학시험 없이 선발한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의 특징은 철학시험입니다. 문과계, 이과계, 상경계, 기술계 구분없이 모든 고교생이 봅니다. 고교 1학년 때 부터 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2학년 때 프랑스어 바칼로레아시험을 본 후, 3학년 1년 동안 프랑스어 시간 대신에  철학을 공부하고 시험을 봅니다. 그런데 그 시험문제가 어렵고 까다롭고 수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올해 상경계의 철학문제는 다음 3문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1. 고통없이 욕망실현은 가능한가?

   2. 자기 자신을 아는 것 보다 타인을 아는 것이 더 쉬운가?

   3. 다음 텍스트를 설명하시오(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론>의 일부 25줄 분량의 텍스트)-부가 설명: 저자의 주장에 대한 지식은  요구되지 않습니다.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하여 저자가 문제삼고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문과계 문제>

  1. 인식은 교육될 수 있는가?

  2. 생명체에 대한 과학지식은 가능한가?

  3. 다음 텍스트를 설명하시오: 쟝폴 사르트르의 <도덕론>의 한 부분.

<이과계>

  1. 예술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변형하는가?

  2. 진리를 보여주기 위해  증명(시연) 이외의 방법이 있는가? 

  3. 다음 텍스트를 설명하시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