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권위의 음식점 평가·안내서인 프랑스의 ‘미슐랭가이드’가 지난 2일 100호를 발간했다.
올해부터 아이폰으로도 서비스되는 100호 미슐랭가이드는 프랑스 내 별 3개짜리 최고급 음식점을 1개 추가해 발표했다. 그러나 별 3개짜리 ‘메종 드 브리쿠르’가 올해에는 등급을 부여받지 못해 프랑스 내의 별 3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 수는 26개로 지난해와 같다.
별 3개의 영예는 파리의 르브리스톨 호텔 레스토랑 수석 요리사인 에리크 프레숑 씨(45)에게 돌아갔다. 이 레스토랑은 평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즐겨 찾는 곳이어서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프레숑 씨가 사르코지 대통령을 위해 주로 준비하는 음식은 닭고기와 바닷가재, 송로버섯 등을 곁들인 요리로 알려졌다.
미슐랭가이드는 다음 달 5일까지를 ‘시식의 달’로 정하고 100호에 등장한 레스토랑 900여 곳과 협조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특별 메뉴를 선보이도록 하고 있다.
장뤼크 나레 미슐랭가이드 편집장도 2일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이 손님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 3개 등급을 받은 뉴욕의 장조지 레스토랑을 참고 자료로 소개했다. 이 레스토랑은 값비싼 음식을 주로 하지만 경기 침체기 손님을 잡기 위해 28달러의 점심 세트 메뉴를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미슐랭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나?
미슐랭의 영향력은 단연코 세계 최고다.
미슐랭이 주는 별의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 전세계 여행객들이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책에 나온 집을 찾아다니는 게 현실이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면 당장 식당과 요리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한다. 미슐랭 스타를 받으면 음식값이 올라간다. 별 두 개만 차지하면 매출이 최소한 20% 늘어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면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격이 올라 비싼데도 불구하고 식사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은 최소 3개월 전에 예약해야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게 보통이다.
★ 등급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
‘천당에서 지옥으로’라는 표현이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 권위가 높아 2003년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소 씨가 별 3개에서 별 2개로 강등되자 사냥총으로 자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올리비에 뢸랭제 씨가 “체력이 달려 별을 지키지 못하겠다”며 별 3개를 자진 반납하고, 역시 별 3개 요리사인 마르크 베라 씨가 지난달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음식점 문을 닫기로 해 화제가 됐다.
★ 어떻게 평가하나?
평가는 모두 암행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선정된 식당으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는다. 조사원은 레스토랑·호텔 등에서 5년 이상 근무한 프로들이다. 인원과 예산 등은 비밀이다. 조사원이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한 식당을 1년 동안 5~6차례 방문해 직접 먹어보고 객관적 평가를 내린다. 미슐랭 측은 독자의 편지나 이메일 등을 통한 코멘트도 참고한다. 미슐랭가이드에 수록된 식당은 통상 18개월에 한 번씩 재방문을 하고 있다고 미슐랭 측은 말하고 있다.
미슐랭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별 표시로 등급을 단순화하고 시각화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복잡한 생각할 것 없이 별 표시만 보면 안심하고 식당을 이용할 수 있고 지금까지 미슐랭은 소비자의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았다.
등급표시는 포크는 5개까지 별은 3개까지. 포크 5개보다 별 1개가 윗등급이다.
★ 평가 기준은?
미슐랭 별은 음식, 서비스, 청결상태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세 기준은 비밀이다. 미슐랭 본사가 밝힌 기준을 보면 “제품의 질, 조리법과 양념의 완성도, 개성, 가격과 음식 질의 균형, 일관성 등이 있어야 한다.” 일관성은 부연 설명이 따른다. “앙트레(서양요리에서 생선요리와 로스트 사이에 나오는 음식)는 디저트만큼 훌륭해야 하며 점심과 저녁에 같은 수준의 음식이 나와야 한다.”
미슐랭 측은 “별 점수는 단지 한 접시의 요리에만 부여되는 게 아니며 서비스의 질뿐만 아니라 데코레이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슐랭의 평가기준은 이처럼 베일에 싸여 있으나 지금까지 권위를 인정받아 왔다. 별 하나는 ‘그 분야에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별 둘은 ‘가는 길에 돌아서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곳’, 별 셋은 ‘그 가게를 찾아가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는 탁월한 곳’이다.
★ 평가 대상 식당은?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21개 국가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슐랭 스타(미슐랭에서 주는 별을 가리키는 말)를 받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며 별 셋을 받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전 세계 1만6150곳의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는데 도쿄판이 나오기 전에 별 하나를 단 한 번이라도 받은 곳은 1606곳(9.9%)에 불과했다. 셋은 56곳(0.3%)이었으나 지난해 도쿄를 추가하면서 64곳으로 늘었다.
영국의 경우 5500개의 수록 레스토랑 중에서 별 하나가 98곳, 별 둘이 11곳, 별 셋이 2곳에 불과하다. 미슐랭 측은 “식당을 엄선해서 평가하며 그 중에서 수록한 식당의 5%만 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
미슐랭가이드는 타이어 회사 미슐랭에 의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처음 등장했다.
처음에는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서 차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책으로 시작했으며 한동안 무료로 배포했다. 초기에는 타이어정보, 도로법규, 자동차정비요령, 주유소 위치 등이 주된 내용이었고 식당은 그저 운전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차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호평을 받자 1922년에는 유료 판매로 전환했고 이후 프랑스는 물론 세계 최고의 식당 가이드로 자리잡았다. 1926년에는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별로 표시하기 시작했으며 1930년에는 별 두 개와 별 세 개가 추가됐다. 처음 시작할 때 표지 컬러는 블루였으나 1931년 현재의 레드로 바뀌었다. 미슐랭 본사에서 보내온 메일에는 “그 당시(1900년)에 3500명 정도 되었던 자가 운전자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운전하도록 도와주면서 결과적으로는 미쉐린 타이어를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돼 있다. 매년 개정판을 내고 있다.
★ 평가 대상 지역은?
2004년까지 미슐랭이 레스토랑·호텔 가이드북을 펴낸 국가는 유럽지역에 국한됐다. 2005년부터 미슐랭은 유럽 외 지역으로 문호를 넓히고 있다. 첫 번째 대상은 미국이었다. 2005년 뉴욕판이 처음 나왔다. 2008년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와 일본의 도쿄가 추가됐다. 미슐랭의 조사원들은 손님을 가장해 도쿄 내 음식점 1300곳과 호텔 50곳을 방문했다. 100년 넘게 유럽의 문턱을 넘지 않던 미슐랭이 비로소 ‘세계의 미슐랭’을 목표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미슐랭 역사상 가장 큰 실수는?
개업도 하지 않은 벨기에 식당의 음식을 호평한 것으로 드러나 미슐랭가이드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문제가 된 가이드북을 수거하는 사태가 있었다. 문제는 2005년 11월 24일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편 2005년도판이 시판되면서 시작됐다. 미슐랭은 벨기에 북부 해안지역에 있는 식당 ‘오스텐데 퀸’에 포크 2개에 가격 대비 음식 수준이 아주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틀 후인 26일자 벨기에 일간지 르수아르는 “이 식당은 지난 8일에야 개업했다”며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했다. 책을 편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가이드북이 아직 오픈 준비 중인 가게를 취재해서 개업 중인 것처럼 소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의가 일자 미슐랭 그룹은 2005년 1월 27일 문제가 된 베네룩스편 2005년도판 5만권을 모두 회수했다.
이에 앞서 2004년 파스칼 레미라는 사람이 미슐랭가이드의 이면을 폭로해 충격을 던졌다. 16년간 미슐랭의 암행조사원으로 일해온 그는 “평가 시스템이 엉성하기 짝이 없다”며 “좋은 평가를 받은 식당 중 평가원들이 1년에 한 번도 들르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고 털어놓으면서 큰 실망을 안겨줬다.
★ 비판은 없었나?
2005년 미슐랭가이드가 뉴욕에서 처음 발매됐을 때 미국의 음식 평론가들은 프랑스 요리에 기준을 둔 평가시스템에 강하게 반발했다. 뉴욕타임스는 “대니 메이어의 유니온 스퀘어 카페 같은 곳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별을 두 개나 세 개 받은 레스토랑 중 절반이 프랑스 요리를 하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미슐랭가이드 도쿄판에 대해서는 더 말이 많다. 특히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영국 언론들이 집중 성토를 했다. 세계적 대도시에서 별 셋을 받은 식당은 파리에 10곳, 뉴욕에 3곳이 있으며 런던에는 1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슐랭이 다루고 있는 나라가 많은데도 파리가 다른 외국 도시보다 별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비난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도쿄판에서도 별 셋을 받은 식당 8곳 중 5곳은 일본식당이었고 나머지 3곳은 모두 프랑스 식당이었다.
미슐랭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슐랭가이드가 프랑스 요리를 비롯한 세계 요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AP 연합 동아 자료 발췌】이글은 파리교민지 한위클리에서 퍼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