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포트/프랑스 리포트

프랑스의 가을 문학상

빠리 정병주 2007. 9. 27. 19:27

 미테랑 전 대통령의 딸 마자린 뺑죠의 소설<인형들의 공동묘지>의 표지

 

프랑스의 가을 문학상에 대하여(2007.9.20)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을 전해주시겠습니까?

프랑스 사람들은 여름휴가에 대한 즐거운 기억들을 간직한 채, 지금은 모두들 본연의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즈음의 프랑스 사람들의 구릿빛 얼굴과 구릿빛 피부가 가장 아름다워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름휴가동안 해변이나 산, 시골 등에서 일광욕으로 태운 프랑스 여인들의 구릿빛 피부와 흰색이나 검정색 옷차림, 그리고 길가에 구르는 커피빛 마로니에 낙엽이 파리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가는 계절입니다.


-가을이 되면서 여러 축제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고 있을 텐데요. 가을하면 무엇보다도 독서의 계절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프랑스 사람들도 책을 많이 읽겠지요?

비교적 많이 읽는 편이죠. 프랑스에서는 9월을 <랑트레>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입학철이라는 뜻이죠. 학교는 새학년이 시작되고, 정부 기관들과 기업들이 새회계년도를 시작하는 계절이랍니다. 특히 출판계는 이 계절에 새로운 작가와 책들을 발굴하여 새로운 일년 사업을 시작하는데, 각종 문학상을 제정하여 작가들의 업적을 평가하고 독자들의 독서계획을 안내하는 것이죠. 올해는 미테랑 전대통령의 딸인 소설가 마쟈린 뺑죠가 한국의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을 소재로 하여 소설 <인형들의 공동묘지>를 발표하여 화제가 되고있습니다. 인터넷이나 IT로 인하여 책을 읽는 분위기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가을철 문화계 이벤트 중에서는 각종 문학상 소식이 가장 으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상 중에서 <공꾸르 문학상>이 가장 유명하다고 들었는데요?

프랑스에는 크고 작은 문학상이 약 3000개 정도 됩니다. 그중에서 공꾸르상이 제일 유명한 것으로 1902년에 시작되었죠. 공쿠르상 심사위원들이 파리의 오페라 근처에 있는 유명한 식당 <드루앙>에 모여서 점심식사를 하며 심사결과를 발표하는데 보통 11월 첫번째 화요일에 발표합니다. 소설가만을 대상로 하며, 수상자의 국적은 구분하지 않으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10유로(약 13000원 정도)가 지급되며, 다음해 공꾸르상 심사에 참여하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상금은 작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만 하면 그해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십만 부가 팔리고, 세계각국어로 번역되어와 작가에게는 명예는 물론 재정적으로도 큰 수입을 보장해줍니다. 출판사들에게는 문학상이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하답니다.

                                            소설가 마자린 뺑죠 


-공쿠르문학상에 대한 언론의 예상보도나 관련 소식에 대한 보도경쟁도 많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이 상의 영향력이 워낙 크고 중요하기 때문에, 신문, 잡지 등 언론의 문학담당기자들의 예측과 소문 자체가 기삿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공꾸르상을 심사하고 발표하는 드루앙 식당의 옆방에서 수상작 발표를 기다리던 문학기자들은 1926년부터 아예 별도의 문학상을 만들었는데 이상이 바로 <르노도 문학상>입니다. 지금은 공쿠르상과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공쿠르문학상이 전통적인 개념의 소설작품에 주어진다면 르노도상은 상대적으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선정하는 경향입니다. 


-워낙 문학상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또 특별한 종류의 문학상을 소개해주시죠.

공쿠르, 르노도 문학상과 더불어 3대 문학상으로 불리우는 <페미나 문학상>이라고도 있죠. 이상은 역대 공쿠르상 심사위원들이 남성작가들로만 구성되어있는 것에 분노하여 1904년부터 여성작가들로만 심사위원을 구성하여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그러나 여성작가만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고 남성 심사위원들의 독선에 대항하는 문학상인 셈이죠. 저명한 심사위원들만이 문학상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작품을 선정하는 <고등학생 공쿠르문학상>도 있고, 생제르맹의 유명한 까페 되마고에서 선정하는 <되마고 문학상>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도 있습니까?

공쿠르상은 본래 작가의 국적을 가리지 않으며, 아예 외국작가만을 선정대상으로 하는 <메디치 외국작가문학상>도 있습니다. 아직 한국작가가 수상한 적은 없지만, 번역된 한국소설로 이승우, 황석영 등이 후보로 오른적도 있고 재미작가 이창래씨가 후보로 오른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