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엘리트학교 그랑제꼴에 들어가는 법(2008.3.20 대구 엠비시 월드 리포트)
지난주에는 프랑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단위인 시장의 역할과 1차 선거에서 좌파 시장후보들이 약진했다는 소식을 알려드렸었는데요, 지난 일요일에 치러진 2차 시장선거 결과 역시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시장후보들이 최종 결과에서 우파에 승리하여 앞으로 6년 동안 프랑스의 36000여개 도시의 살림을 책임질 예정입니다. 따라서 프랑스 국민들은 대통령과 국회 등의 중앙정치는 우파 지도자에게 맡긴 반면, 지방정치는 이번 시장선거를 통하여 좌파 지도자들에게 맡김으로써 중앙정치와 지방정치 사이에 좌우파간의 권력균형을 이루게 했다고 평가됩니다.
프랑스 시장선거 결과를 알려드리면서, 오늘은 프랑스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학력, 사회적 배경이나 출신, 성공의지 중에서 무엇이 성공하는데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프랑스의 비즈니스 월간지 <캐피탈>의 조사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용기와 의지라고 57퍼센트의 응답자들이 답했고, 그 다음으로 학력이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들이 28퍼센트, 네트워크라고 답한 사람들이 20퍼센트, 사회적 배경이라고 답한 사람이 13퍼센트입니다.
- 학력이나 가족적, 사회적 배경이 아니라 용기와 의지를 기초로 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델로 프랑스 사회가 내세우는 인물은 누가 있습니까?
우선 현재의 헝가리의 이민2세인 사르코지 대통령과 알제리 출신의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 그리고 인터넷 기업인인 마르크 시모시니를 꼽고 있죠. 모두들 전통적인 엘리트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정상에 오른 인물들입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의 엘리트들은 시앙스(Science Po)포라고 불리는 국립정치학교나 엘리트 과학자를 양성하는 폴리테크닉(Ecole Politechnique), 또는 에콜노르말(Ecole Normale Superieure)이라 부르는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고위정치인이나 고급관료들을 양성하는 에나(ENA)라고 불리는 국립행정학교에 입학하고 경력을 쌓은 후 정치, 기업, 학문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활동을 합니다. 역대의 대통령, 수상, 대표적 기업인들이 공통적으로 걷는 길입니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한 사르코지, 라시다 다티, 시모시니 등이 이런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말씀을 들으니 프랑스는 일반학교와는 별도로 엘리트 학교들이 상당히 발달한 것 같네요.
언젠가 말씀드린 것처럼 바칼로레아라 부르는 대학 입학 자격고사를 합격한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일반대학(Universite)이 있고, 약 36만 명의 바칼로레아 합격생 중의 약 10퍼센트가 각 분야의 엘리트학교에 입학하고, 약 2000명 정도는 엘리트학교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학교에 입학하여 프랑스의 지도층으로 키워진답니다. 이 최고의 엘리트학교를 그랑제꼴(Grandes Ecoles)이라고 부르는데 프랑스만의 독특한 엘리트 교육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한마디로 프랑스의 사회지도층이 되려면 이 엘리트학교를 반드시 졸업해야 겠네요?
일반적으로 말하면 그런 셈이죠. 그런데 이 엘리트학교는 3년 과정으로, 고등학교(Lycee, 리세) 졸업 후 바로 입학하는 것이 아니고, 프레빠(Prepa)라 불리는 2년의 입학 시험준비학교를 마치고 그랑제꼴 입학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이 때 일반대학에서 2년을 이수한 학생들도 함께 응시하여 입학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프레빠라는 시험준비학교가 참 특이한데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보통 그랑제꼴 입학시험에 합격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프레빠 학교 출신인데, 프레빠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 좀 특이합니다. 즉 프레빠 학교는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대학입학자격고사인 바칼로레아의 점수는 전혀 상관없으며, 다만 통과만 하면 되죠. 보통 프레빠 학교는 상경계열(Economie Sociale), 과학계열(Scientique), 인문계열(Lettres), 기술계열(Technique) 등으로 나뉘어 2년 동안 그랑제꼴 입학시험을 준비시킨답니다. 그랑제꼴도 그렇게 나뉘어져 있답니다.
<폴리테크닉 학생들의 진출 분야-공무원, 과학자, 기업인>
-프랑스의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을 프랑스에서의 성공의 열쇠인 그랑제꼴에 입학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네요.
프랑스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성공의 열쇠는 각 분야의 그랑제꼴에 들어가는 것이고, 그 열쇠는 좋은 프레빠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나 프랑스 그랑제꼴에 입학하는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선,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프레빠 학교에서 시험을 준비하여 입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일반대학이나 다른 학교에서 공부를 한 후 그랑제꼴 1학년에 입학하거나, 2학년에 편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는 2학년에 편입하는 학생들의 숫자를 계속 늘리고 있으며, 편입하는 방법도 주로 시험을 보지만, 몇몇 학교는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랑제꼴에 입학을 해야하는데 그랑제꼴에 입학하는 방법은 여러 길이 있으며, 기회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제공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기회를 주는 사회, 학벌보다는 용기와 성공의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사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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